비건 시작 - 한달 일상
9월 1일 비건의 삶을 살겠다고 결심한 후 한달내내 집에서 직접 밥을 해먹었다. 외식은 딱 2번했는데 한 번은 피글리가 한국에 와서 한 번, 다른 한 번은 시장에서 녹두전이랑 떡볶이 사와서 집에서 먹은 것 한 번! 사실 밖에서 사오는 떡볶이는 비건음식이 아니지만.. 강렬한 소스의 유혹에 굴복해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떡볶이는 양심상 사진도 찍지 않았다 ㅋㅋㅋㅋㅋ 죄책감 갖고 먹느니 다음엔 아예 안 먹는 걸로^^
1년만에 만난 피글리와 비건식당에 다녀왔다. 용산 남영역에 있는 카페시바, 2년 전 한국에서 마지막 만남도 숙대부근이었는데 어쩌다 보니 계속 이 부근에서 만나게 되네. 우리 둘다 이 근처에 살지도 않는데 말이지.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는지라 나가는게 참으로 눈치가 보였지만 한국에 있는게 아니기 때문에 지금 안 보면 또 언제 볼 지 알 수 없어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만나니 또 좋구나~! 마지막 만남이 1년 전 바르셀로나였는데 마치 어제 본 것 같았다.
카페시바는 100% 비건식당이라 걱정하면서 주문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카페시바가 내 인생 두번째 비건식당이었는데 첫번째는 슬런치팩토리, 비건이란 뜻도 제대로 모르는데 친구 낙타가 가고싶다하여 갔던 기억이 있다. 그땐 내가 비건을 하게 될 거란 생각은 하나도 하지 못했을 때였지만.
햄버거와 파스타 하나씩 주문하고 냠냠. 일반 식당 못지 않게 맛있는 요리였다. 비건패티인데도 생각없이 먹으면 식물성고기를 먹고있는지도 모를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가 첫손님이었는데 나갈때쯤에는 두어팀 더 있었다. 나는 아직 비건어린이니까 주변 사람들을 보며 다 비건들일까 궁금했지만 알 수가 없었다.
카페시바는 위층에 요가원도 함께 운영한다. 친구들이랑 만나서 같이 요가도 하고 밥도 먹고 너무 좋을 것 같다. 아쉽게도 내가 방문한 시기는 거리두기 2.5단계 시기여서 운영하고 있진 않았다. 다음 기회에..
밥을 먹고 주변에 있는 후암동 스티키리키 아이스크림에 갔다. 카페 시바와 걸어서 5분 거리? 당연히 비건 아이스크림집이 아니란걸 알고 있었지만 꽤 유명한 곳이기 때문에 비건메뉴가 하나쯤은 있지 않을까 싶어서 갔는데 종류가 5-6개 밖에 없고 비건아이스크림은 없었다ㅠㅠ 이왕 간거 친구도 같이 있는데 안 먹을 수는 없어서 그 중에서 그나마 덜 유제품이 들어갔을 것 같은 고수 아이스크림을 골랐다. 희한하게 고수 맛이 거의 하나도 나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래도 맛있었으니깐 괜찮아...ㅋㅋㅋㅋㅋ
디저트까지 배불리 먹었으니 눈에 보이는 남산을 따라 가보기로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안 걸으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하늘이었다. 날씨가 끝내줘서 주변 집 사이사이 골목 걷는 것마저 좋았다.
후암동 골목길은 벗어나고 남산에 올라갈 수 있는 길을 겨우 발견했는데 왜 사람은 아무도 없고 동화속 어디 이상한 나라에 끌려갈 것 같은 길이 있었다. 올라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이왕 온거 올라가보자 하다가 아주.. 고생을 했다. 올라가는데 거미줄이 있어서 난리법석치며 림보하고 겨우 다 올라가서 거의 탈진 ㅋㅋㅋㅋ
먹은 게 다 소화되는 마법의 남산타워 오르기 ㅋㅋㅋㅋ 다행히 올리브영이 있어서 물을 먹을 수 있었다..
그건 마치 생명수와 같았어........
남산 내려가는 길에 이구역 주인은 나라고 말하는 것 같은 고양이를 봤다. 너무 귀여워ㅠㅠ
올라갈 때보다 그 뒤 일주일이 더 고생이었다. 요가를 매일 하긴 하지만 평소에 안 쓰던 걷는 근육을 써서인지 종아리와 엉덩이에 근육통이 제대로 왔다. 뭐든 무리하지 말고 적당히 하는 걸로...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가 일주일 더 연장되었다. 휴가가 아니라 강제로 일을 못하게 되니 더 무력하게 되었던 것 같다.그러다가 모해랑 연락을 했는데 마침 수업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하여 바로 다음날 춘천으로 직행! 1박 2일 고고!
남춘천역에서 모해집까지 걸어서 30분?정도의 거리라 모해가 마중나와 주어서 같이 걸어서 갔다. 태풍 마이삭이 막 지나가던 무렵이라 날씨가 아주 꾸물꾸물했지만 비는 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오랜만에 공기도 좋고 탁 트인 자연을 보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자연 속에서 살고 싶다...ㅠㅠ
집가는 길에 저녁 먹을 장을 봐와서 해먹은 버섯두부칼국수! 뭔가 간이 심심했지만.. 먹을만 했다! 면을 잘못사서 아쉬웠다.
밥 먹고 요가 정보 공유하다가 최근에 보이는 쇠골 아래 근육을 얘기했더니 어떤 근육인지 직접 신체 모형으로 보여주었다.. 와우 정말 엄청 놀라웠다...ㅋㅋㅋㅋㅋㅋ 지난번에 보여준 뼈도 신기했는데.. 그게 이건가 암튼 2번 봐도 신기해!
밥 먹고 허전해서 버블티 이야기를 했더 집 앞에 팔공티가 있다고 해서 바로 다녀왔다. 일반티에 버블을 먹었어야했는데 타로버블티를 먹어서 이것도 비건 실패한 것 중에 하나.. 주문하기 전에 우유가 들어있냐고 물었더니 물에 타로가루만 넣는다고 알려줘서 생각없이 시켰다가 한 입 맛보고는 아하 타로가루에 전지분유가 있던거구나를 깨달았다. 이런 실패가 있었으니 다음에는 반복 안 하면 되지 뭐.. 어쨋든 당은 충분히 충전되서 만족했으면 된거지
다음날 아침은 바게트에 아보카도 콥샐러드 올려서! 이거 너무 맛있어서 집에 가서 다음날 바로 또 해먹었다. 간단하면서 맛있는 요리 리스트에 또 추가요 ★
모해 동기오빠가 구봉산 카페거리의 스타벅스에 데려다줬다. 여기 가길 너무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개해줘서 고마워 모해얌! 모해 집에서 보는 하늘도 예뻤지만 여기서 산과 나무와 구름을 보니 너무너무 좋더라! 춘천 갈때마다 가고싶은 곳이야..
속세를 벗어나는게 내 목표인데 로또를 사버렸다. 이유는.. 꿈을 너무 복권 사야만하는 꿈을 꿔버려서?? 결국 꽝이지만ㅋㅋㅋㅋㅋㅋ Joder..
어무니가 산에 다녀오면서 하나둘씩 주워온 밤. 가장 큰 게 엄지 손톱만하다.
밤을 보니 드는 생각, 드디어 가을이 왔구나
오랜만에 산책삼아 푸른수목원을 다녀왔다.
지난번에는 못 봤던 오리와 물닭이랑 인사했다.
너네 좋은 곳에 사는구나...ㅋㅋ
하늘 위에 구름은 예쁘고 바람도 산들산들
가을의 상징 코스모스 보면서 힐링
<9월 실패 음식 리스트>
- 사우전아일랜드소스(계란류)
- 비타민D(동물성 요소)
- 김치(액젓)
- 스티키리키 고수 아이스크림(우유베이스)
- 시장 할머니 떡볶이(국물)
- 타로버블티(전지분유)
- 과외 어머니가 주신 빵 간식(모카크림, 딸기타르트)
실패가 0이 되는 그 날까지! 아자뵤~